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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냐? 난 괴롭다.

박용식 작가의 작품 맥락은 앙증맞은 형태 뒤에 숨은 파토스를 드러내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소재(주로 개)를 통해 반려와 수평적 관계가 아닌, 주종적 수직적 관계를 폭로한다. 수직적 관계에서는 둘 중 하나는 개이득이지만 상대방은 그와 반대다. 이번 전시 작품은 인터넷 상에 떠도는 ‘직위별 강아지 표정’이란 짤에서 시작됐다. 익명적 폭력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다룬 이번 전시작품을 보면서 소사상에 놓인 돼지머리가 떠올랐다. 무심히 당연히 여겼던 사건/사물에 대한 환기, 이러한 환기를 통해 작가는 강조한다. “넌 단지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난 이것에 엄청난 괴로움을 받고 있을 수 있다.”

‘나의 발이 그렇게 이쁜가요’는 아기 고양이의 말랑말랑한 발바닥과 찢겨진 발의 단면을 한번에 담았다.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집사에게도 쉽사리 내주지 않는 게 그네들 발이다. 고양이에 빗댔지만, 이 작품은 모든 관계(실제건 가상이건)에서 존재하는 폭력에 대한 상징이다. 결코 나/우리에게 벌어지지 않을 거라 확신했던 것들이, 그러나 무참히 현실화된다. 우리는 안다, 단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따름이다.

한편, 이번, 8회 개인전 <짤-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도 디테일에 대한 작가의 강한 집착을 드러낸다.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의 제작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최초(다분히 구체적인) 형상이 나오고도 최종 완성까지는 길게 몇 개월간 지속된 작업을 통해 우리는 조각가 박용식의 도구가 빼빠(사포, sandpaper)임을 알게 됐다. 작가의 머리 속 이미지, 원형상은 기포 하나 없는 매끈한 형태였나 보다./ 이승환-에이루트디렉터

Artist Yongsik PARK 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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